출처 : 만들어진 신 (리처드 도킨스) 159p~ (독실한 과학자 논증-신의 존재를 옹호하는 논증들中)

 종교인이면서 진정으로 저명한 현대 과학자를 찾으려는 변증론자들의 노력은 빈 통을 긁어대는
공허한 소리를 내면서 절망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나는 '노벨상을 받은 과학계의 교인들'의 목록
을 실은 웹사이트를 딱 하나 찾아냈는데, 거기에는 수백 명이나 되는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
들 중 단 여섯 명이 열거되어 있었다. 그나마 여섯 명 중에서 네 명은 사실 수상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확실히 아는 바에 따르면 적어도 한 명은 오로지 사교적인 이유로 교회에 다닌
비신자 였다.

 베야민 베이트-할라미(BHeit-Hallahmi)는 더 체계적인 연구를 했다. "문학 분야뿐 아니라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들을 보면 그들이 속한 집단에 비해 비종교인의 비율이 놀라울 정도로 높다."

 1998년 E.J. 라슨(E.J. Larson)과 L. 위덤(L. Witham)이 학술지인 <네이처(Nature)> 지에 실은
글에는 미국 국립 과학 아카데미 회원에 선출될 정도로 저명한 미국 과학자들 중에 인격신을 믿는
사람이 약 7퍼센트에 불과하다고 나와 있다. 무신론자의 압도적인 우위는 90퍼센트 이상이 일종의
초 자연적인 존재를 믿는다는 미국 대중의 전반적인 입장과는 거의 상반된 것이다. 국립 과학 아카
데미 회원으로 뽑히지 못한, 덜 저명한 과학자들은 중간 정도의 비율을 보여준다. 즉 종교인의 비
율은 약 40퍼센트로 일반 대중에 비해서는 소수지만 더 저명한 인물들에 비하면 많은 편이다.

 예상대로 미국의 과학자들은 미국의 일반대중 보다 덜 종교적이고, 가장 저명한 과학자들은 가장
덜 종교적이었다. 놀라운 점은 일반 국민의 신앙심과 지적인 엘리트의 무신론이 비율상 정반대라는
것이다. (위스콘인 대학교의 역사학 교수인 토머스 리브스(Thomas Reeves)가 미국 종교관의 역사적
경향을 아주 흥미롭게 분석한 글로 http://www.leaderu.com/ftissues/ft9610/reeves.html
Reeves(1996) 에 소개되어 있다.)

 엘리트 과학자들 외에도 일반 국민 중 교육 수준이 더 높고 더 지적인 부류가 무신론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가 있을까? 몇몇 연구 결과들은 신앙과 교육수준, 혹은 신앙과 IQ 사이에 통계적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마이클 셔머는 동료인 프랭크 설로웨이와 함께 무작위로 선정한 미국인들을 대상으
로 대규모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우리는 어떻게 믿는가 : 과학 시대의 신 탐구>>에 발표했다.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신앙심이 교육과 부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일 수록 종교인이 될 가능성이 적다.) 또 신앙심은 과학에 대한 관심과 부정적인 관계에 있으며
정치적 자유쥬의와도 마찬가지 였다(강하게). 이런 결과들은 놀라운 것이 아니며, 자녀의 신앙심과
부모의 신앙심 사이에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사회학자들은 성장 후
부모의 종교와 결별하는 사람이 12명당 한 명 꼴임을 밝혀냈다.

 연구자마다 대상을 다른 방식으로 조사하므로,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비교하기란 쉽지 않다. 한가지
주제에 관해 발표된 연구 논문들을 모두 조사하여 이런 결론을 내린 논문의 수가 얼마나 되고 저런 결
론을 내린 논문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는 메타 분석(Meta analysis)이라는 기법이 있다. 종교와
IQ 라는 주제로 메타 분석을 한 영구는 내가 알기로는 하나밖에 없다. 2002년<멘사 매거진 (mensa
magazine)>에 폴 벨(Paul Bell)이 발표한 것이다.

 벨은 이렇게 결론지었다. "1927년 이래로 신앙과 지능 또는 교육 수준의 관계를 다룬 연구 논문 43편
중 4편을 제외한 모든 논문이 그들 사이에 역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즉 지능이나 교육 수준
이 높을수록, 종교적이거나 어떤 '신앙'을 지닐 가능성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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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 자주 오르내리는 종교에 귀의 했다는 유명한 과학자들 중에 진실은?

1. 아인슈타인

 "종교 없는 과학은 불구이고, 과학없는 종교는 장님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은 흔히 인용되지만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도 했다.

 물론 당신이 내 종교적 확신에 관해 읽은 것은 거짓말, 체계적으로 되풀이된 거짓말이었다. 나는
인격신을 믿지 않는다. 나는 그 점을 결코 부정하지 않고 명확히 표현해왔다. 내 안의 종교적인 무
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 과학이 밝혀낼 수 있는 세계의 구조에 관한 무한한 찬탄이다.


 위에 본 종교라는 말을 아인슈타인은 전혀 다른 의미로 썼다. 아인슈타인식 종교가 무엇인지 제대로
맛볼 수 있도록 아인슈타인의 말을 몇가지 더 소개한다.

 나는 지극히 종교적인 불신자다. 이것은 다소 새로운 종류의 종교다.
나는 자연에 목적이나 목표 혹은 의인화라고 이해될 만한 것을 전혀 갖다 붙인 적이 없다. 우리는 자
연을 매우 불완전하게만 이해할 수 있고, 이는 생각하는 인간이 겸손으로 채워야 하는 장엄한 구조다.
그것은 신비주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진정으로 종교적인 감정이다.
인격신이라는 개념은 내게 아주 이질적이며 심지어 소박하게까지 보인다.


 당연히 아인슈타인 사후 꽤 많은 종교적 변증론자들이 그를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려 애썼다. 하지
만 아인슈타인 생전에 일부 종교인들은 그가 전혀 종교적이지 않다고 보았다. 1940년 아인슈타인은
"나는 인격신을 믿지 않는다"라는 말을 정당화하는 유명한 논문을 썼다.



2. 스티븐 호킹

 스티븐 호킹의(Stephen Hawking)의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do Time)>>는 "그때야 비로소 우리
는 신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라는 극적인(혹은 장난기 어린) 말로 끝을 밎음으로써 대단한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 사람들은 그 구절을 읽고서, 물론 잘못된 생각이지만 호킹이 종교인이라고 믿게 된다.



3. 제임스 왓슨(James Wahson) &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

 1996년 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창시자이자 내 친구인 제임스 왓슨과 예전에 그가 페류했던 케임
브리지 대학교 클레어 대학의 교정에서 대담을 나누었다. 나는 왓슨에게 현재 종교인 과학자를 많이
알고 있는지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거의 없어요. 가끔 그런 사람을 만나면 약간 당혹스럽
습니다.(웃음) 알다시피 나는 계시를 통해 진리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믿을 수가 없거든요."

 왓슨과 함께 유전학 혁명을 일으킨 프랜시스 크릭은 케임브리지 대학교 처칠 대학이 성당을 짓겠다고
하자(후원자의 요청에 따라) 그 대학의 평의원직을 사임했다. 클레어 대학에서 왓슨을 인터뷰 할 때,
나는 그나 크릭과는 달리 일부 사람들은 과학이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다루고 종교가 그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다루기 때문에 과학과 종교 사이에 아무런 갈등도 없다고 본다는 말을 일부러 했다.
그러자 왓슨은 이렇게 대꾸했다.

 "저는 우리가 무언가를 위해 존재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단지 진화의 산물일 뿐입니다.
그러면 누군가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요. '저런, 목적이 없다고 생각하다니 당신의 인생은 참 황량
하겠소.' 하지만 나는 맛있는 점심을 먹을 기대감에 차 있습니다."
그 말대로 우리는 함께 맛있는 점심
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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