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


 어릴 적부터 나를 괴롭히는 일종의 트라우마이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나조차 알지 못한다. 단지 주변의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격에 질문에 대답을 못 하면 혼나고 벌을 받는 학교 교육의 문제점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할 뿐이다. 결국, 이러한 성향 때문에 나는 두려운 것이 많은 사람이 되고 말았다.


 한 번도 해보지 못한 행위가 두렵다. 은행에 처음 갔을 때도, 지하철을 처음 탔을 때도, 나는 몇 번이고 시설을 이용하는 방법을 되묻곤 했다. 불안이 사라질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철저히 준비하고 실행하는 순간에도 긴장감에 손은 금방 땀으로 흠뻑 젖곤 했다. 겉으론 태연하게 말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향할 때 내 얼굴은 수십 개의 바늘로 살갗을 찌르는 느낌을 받는다. 그 순간의 느낌이 유쾌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 하는 시도는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 되었다. 익숙하고 안정적인 일상을 유지한다. 어린 시절 나를 묶어두던 행동규칙이었다. 자연스럽게 삶은 단순해져 갔고 특별한 일 없는 따분한 일상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가만히 앉아서 할 수 있는 취미를 갖게 되었다. 그중 한 가지 큰 취미는 독서라 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많은 책을 읽어왔다. 초등학교 시절 학기가 끝나고 받는 여러 상장 중에 다독상은 항상 내 차지일 정도였다. 중학교에 들어가서 여러 친구를 사귀었고 그중 한 친구(지금은 군대에서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가 읽고 있던 한 과학잡지를 보게 되었다. 운명의 만남이었을까. 난 그 과학잡지에 빠져 매달 사서 읽을 정도로 열정적인 과학 신봉자가 되어 버렸다.


 그 잡지에는 당시 세계의 여러 자연환경을 소개해주는 코너가 있었다. 그곳에 있었다. 온 세상을 붉은 물감으로 물들인듯한 메마른 대지 위에 더욱 강렬한 붉은색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거대한 바위. 울룰루다. 그것이 나와 호주와의 첫 만남이었다.



 지금까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몽환적인 모습. 저렇게 거대한 것이 그냥 하나의 바위라니. 태양의 위치에 따라 색이 변한다니. 내 상식을 초월한 그 모습은 내 머릿속에 박혀 버렸다. 그때 나는 목표를 세웠다. 반드시 나는 이 광경을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말 것이다. 물론 이 당시에는 막연했을 뿐이다.


 그 목표를 세운 후부터 나는 조금은 달라졌다. 여전히 처음 하는 일은 어렵지만 두려움은 많이 줄었다. 어차피 한 번쯤은 겪어야 할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면 뒤로 피하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가곤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나는 삶에 질려 있었다. 단순한 일.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은 마치 나를 바보로 만드는 듯했다. 나는 공장 라인의 기계가 아니다. 비록 몸은 숨 쉬지만, 정신은 숨이 막혀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스트레스는 먹는 것으로 풀다 보니 어느새 몸무게는 부쩍 늘어있었다. 운동했던 탄탄한 몸매는 어디 가고 비만 남성만이 남았을 뿐이다.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 나날들이었다. 내가 뚱뚱함의 대명사가 되어가고 있다니. 충격이었다.


 이 생활을 탈출하고 싶다. 비행기를 타고 저 멀리 떠나고 싶다. 


그 생각을 한 순간 어릴 적 잡지에서 보았던 거대한 붉은 바위가 떠올랐다. 지금까지 잊고 있었지만 나는 목표가 있었다. 그곳에 가봐야 한다. 때마침 친한 학교후배가 호주에 가서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친구들도 만나볼 좋은 기회였다. 나는 퇴직을 결심했다.







첫 여행


어릴적 사진으로 봤던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나는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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