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90년도 후반에는 게임잡지가 많이 존재 했다.

많은 게이머들에게는 게임잡지가 게임계의 소식과 게임발매 또는 이벤트 등의 소식을 얻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다. PC파워진, 게임피아 등등 추억의 이름들이 기억에 남는다.

지금에야 게임이 보편화 되었지만 당시에는 게이머란 사람들은 상당히 특수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게임을 할 수 있는 PC라던가 여러 게임기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보이, 게임큐브, 드림케스트 등등등)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었기 때문에 또래의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게임기를 갖고있는 친구들 집에 놀러가기도 했었다.

나이가 좀 찬 사람들, 용돈이 적절하거나 또는 직업이 있는 성인 게이머들은 여러 게임의 공략과 신작소식들을 얻기위해 게임잡지를 매달 구입하는 등 잡지회사에 충성도가 높은 편이었다.

그래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턴가 게임잡지들이 충성도 높은 고객을 잡기위해 경쟁을 벌이면서 지나간 유명 인기 게임들, 혹은 망한 게임들을 잡지의 부록으로 끼워주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수 많은 게이머들은 열광하기 시작했고 재밌는 게임이 부록으로 나오면 관련 잡지는 금방 품절이 되기도 했다.

나는 어릴때부터 서점을 자주 드나들었기 때문에 주인분들과 친했었다. 그래서 과학동아 등의 잡지를 사면 주인분들이 이월 된 게임잡지의 부록을 끼워서 주기도 했다. 게임들 뿐만 아니라 여러 유틸들(V3라던지 최신 RAR압축프로그램이라던지 게임의 에디트 프로그램이라던지)이 들어있었기 때문에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런 시기가 바로 대한민국 게임계의 암흑기의 시작이라 칭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수 많은 게임들이 무료로 풀리기 시작했으며 잡지회사는 게임제작사에 저작권료를 물고 게임업체는 망한 게임들을 헐값에 팔 수 밖에 없었다. 게임을 얻기가 쉬워짐으로 해서 사람들은 불법복제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전에 말한 백업씨디의 유통 시기와도 일치할 것이다.

언제부턴가 잡지의 판매율은 내용보다는 부록게임의 재미 유무에서 결정 되어 버렸기 때문에 더 좋은 게임을 부록으로 넣기 위한 경쟁도 심화되어 갔다.

그리고 서서히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한 그 순간 게이머들은 게임은 와레즈로 구하고 게임뉴스는 인터넷으로 보면서 부터 게임잡지의 운명은 끝나가고 있었다.

내가 군시절 읽은 게임잡지에서는 경영난으로 더이상 발행을 못하고 인터넷 잡지로 전환된다는 게임잡지의 글을 본 기억이 있다.

이렇게 패키지 게임의 로망은 저물어 가고 인터넷 게임의 시대가 열렸다.

그때의 아련한 기억을 내 방의 3.5인치 디스켓에 적힌 '게임'이라는 글자와 게임피아 부록으로 받은 '프린세스 메이커2' 가 문득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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