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45분이다.

잠자리에 들려고 간단히 세수를 하고 방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거실을 지날때쯤 신경을 거스르는 어떤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음... 잘못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들려오는 두번째 소리에서 누군가가 소리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잘 들어보니 영락없는 싸우는 소리다.

아파트이니 때문에 가끔씩 다른 집에서 부부싸움 하는 소리가 나기도 한다. 나는 작은 호기심을 갖고 베란다로 나갔다. 문이 열린 베란다에서는 좀더 잘 들릴 터였다.

여전히 소리가 나긴 하는데 소리가 전해오는 방향이 아파트가 아니었다. 상당히 멀리서 나는 소리였고 나는 진원지로 의심되는 500여미터 떨어진 으슥한 곳의 자동차 한대를 발견했다.

그곳은 산길이었고 조명도 없는 아주 어두운 곳이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한밤중에는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이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아파트까지 건물이 전혀 없는 탁 트인 공간이었기 때문에 9층에서도 그 외침이 비교적 잘 들렸다.

나는 잠시 들어보았다.

한 사내가 어느 여성에게 욕석을 퍼붓고 있었고 여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걸로 봐선 전화로 싸우는 것 같다.

아... 어떻게 여성에게 그런 욕설을 할 수 있을까... 나로썬 상상할 수 없는 쌍시옷이 들어가는 욕설을 계속 반복했고 나는 금세 기분이 나빠져 베란다의 모든 문을 닫았다.

방으로 들어온 이제는 들리지 않는다.

욕설이라는 것은 분명 남에게 휘두르는 보이지 않는 폭력이다. 욕설을 하는 행위 자체는 남에게 상처입히는 행동이며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사람임을 자처하는 꼴이다. 누군가에게 퍼붓은 욕설을 3자의 입장에서 들었을때도 기분이 나빠지는데 당사자는 오죽 상처를 입겠는가.

사람의 언어생활을 관찰해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 등을 유추할 수 있는 법이다. 
깊은 밤 멀리서 들려오는 욕설의 주인은 나의 판단으로 매우 무식하고 이기적인 사람이라 생각된다. 피곤에 지쳐 행복하게 잠드려는 나의 기분을 망쳐 놓았던만큼 그 죄를 물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을 무식쟁이 이기주의자로 평가하고 싶다.

낯선이여, 그렇게 남에게 상쳐입히며 살아가다보면 언젠가는 피해를 준만큼 돌려받게 될 것 임을 왜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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