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미술시간이었다.

그날은 집에서 만들어온 작품을 발표를 하고 점수를 받는 날이었다.

과제는 자신의 손을 석고로 떠서 검사를 받는 것 이었다.

물론 전 시간에 석고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떻게 배웠긴 했지만 집에서 혼자 하니 한번에 성공하기는 힘든 일이다.

나는 손 위에 처음 바르는 거푸집을 얇게 하는데 실패했고 안쪽에 비눗물을 너무 진하게 발라 두번째 실패를 했다.

결국 거푸집과 석고모형은 잘 떨어지지 않았고 왼손 약지와 검지가 부러지고 손날 부분이 떨어지지 않아 조각칼로 긁어낸 결과 자잘한 상처들이 생겨 버렸다. 잘린 손가락을 붙이긴 했지만 금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미 밤은 깊었으며 다시 한번 시도하기에도 석고를 모자르기만 했다. 결국 그대로 작품을 들고 다음날 학교에 갈 수밖에 없었다.

발표가 시작되었다. 다른 아이들은 주먹을 쥔 손, 손가락을 벌린 손 등등을 발표했으며 정말 디테일하게 잘 떠온 아이들도 있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내 작품의 완성도는 B-였다. 나는 좀더 높은 점수를 받기위해 머리를 써야만 했다.

내 차례가 왔고 나는 손 모형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나는 생각을 정리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작품의 주제는 사람의 마음이었다.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상처받은 마음은 모형의 상처에 빗대어 설명해 나갔다. 싶지만 아물어가는 상처는 잘린 손가락에, 자잘은 상처는 조각칼의 흔적에 비유하며 발표를 마쳤다.

미술 선생님은 만족하신듯 고개를 끄덕였고 결과는 A+이었다.



p.s./ 그 선생님은 풍채 좋으신 중년 여성분이셨는데 개성이 강하셨다.

수업시간에 볼펜을 딱딱 거리며 소리를 내면 볼펜을 압수. 내 3색볼펜을 뺐긴 기억이 난다. 그리고 다리를 떨지 못하도록 앉아있을 때 발은 왼발이 오른발을 누른 자세를 지시하셨다. 안정감이 생긴다나 뭐라나...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압권은 미술선생님방에 들어가보면 벽에 여성 누드 크로키 들이 줄줄이 걸려있어서 (취미신듯) 놀랐던 적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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