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이라 그런지 쓸데없는 옛날 생각이 자주 떠오른다.

지금 알려주는 이 작은 사건은 내가 '사람은 왜 욕심을 위해 남의 것을 훔칠까? 라는 것을 생각하게된 최초의 기억일 듯 하다.

때는 내가 6살인 1990년 어느 화창한 날로 기억한다. 그땐 원주 학성중하교 앞에 있던 YMCA아기스포츠단을 다니고 있었다.

그날은 돋보기 관찰의 날이었기 때문에 준비물인 돋보기를 사서 여러가지 실험 등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어느새 집에 갈 시간이 다 되었다. 나는 바로 앞 아파트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했기 때문에 유치원의 미니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좌석에 앉아 그날의 영웅인 돋보기를 다시 한번 가방에서 꺼내서 놀고 있었다. 하지만 돋보기는 싸구려 였던 것이었을까?

 내 작은 어린아이의 아귀 힘으로 렌즈가 떨어져 버렸다. 돋보기에 볼록렌즈가 없다면 그것은 이미 쓰레기와 다를 바 없었기 때문에 나는 당연히 굴러 떨어진 렌즈를 찾기 시작했고 곧 렌즈가 앞좌석 밑으로 굴러간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렌즈를 찾아 앞으로 갔다.

 이미 내 렌즈는 어떤 아이의 손에 들려 있었고 나는 '내 것이니 돌려줬으면 좋겠다.' 라고 말을 걸었다. 나는 당연히 돌려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자기 것이라고 생때를 쓰기 시작했다.

 내 생각에는 아마 가벼운 욕설도 했던 것 같다. 나는 렌즈빠진 돋보기를 증거로 보여주며 다시금 재촉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나보다 몸집이 큰 아이의 위협이었다.

 그 시절에도 폭력 반대였던 나는 아까운 내 렌즈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욕심많은 불쌍한 아이에게 적선한 셈 치고 아쉬움을 뒤로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종의 점유이탈물횡령죄와 협박 거짓말을 3종세트로 경험한 듯 한 날이었다.

 집으로 도착해서 렌즈빠진 돋보기는 내 장난감 통 속으로 들어갔고 훗날 가지만 남은 앙상한 나무에 그 돋보기 걸어두는 것으로 이별을 했다. 그날밤 거짓말을 하는 그 아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밤새도록 고민하다 잠이 들었다.

 그렇게 그날의 그 사건은 뻔뻔한 거짓말을 하는 인간을 경험한 최초의 기억으로 내 머리속에 남아있게 된다.

"인간은 본인의 이득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존재이다."

 어린 나이에 알게된 인간의 추악한 본성이고 이것은 거짓말하는 사람들을 볼때마다 내 기억속에서 되살아 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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