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견을 시작할 때 처음으로 배우는 것이 '품밟기'이다.
고 송덕기 스승님께서는 '품밟기'는 택견의 전부라 할 만큼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그것은 '품밟기'가 택견의 모든 기술에 직ㆍ간접으로 적용되어 체중의 이동 및 자세와 기술의 강약뿐만이 아니라 동작의 멋까지 내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 생각되어진다.
택견에서 '품밟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에 '품밟기'만을 가지고도 앞으로 여러 편의 논문(論文)이 나오고도 남을 것이라 본다. 앞으로 이 연재에서는 택견 전체를 설명하는 것인 만큼 품밟기에 대해서만 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품밟기에 대한 논의(論議)를 해보고자 한다.
논의에 앞서 품밟기에 관해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요즘 들어서 '품밟기'를 송덕기 스승님과 다르게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다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는데 필자는 그것에 대해서 비판을 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분명한 것은 송덕기 스승님께 택견을 직접 오랫동안 배워 본 사람이라면 감히 그렇게 쉽게 품밟기를 자신의 임의로 바꿀 수는 없을 것이고, 또 그렇게 품밟기의 형태를 바꾼 사람들이 말하는 품밟기의 원리와 철학이 어떠하든 간에(그래서 그것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송덕기 스승님의 품밟기와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품밟기는 '품수 품(品)'자 형으로 된 삼각형의 꼭지점 부분을 3박자로 꾹꾹 밟는 것을 말하는데 일종의 '걸음세'이다.
중국무술에서 말하는 보법(步法)이나 권투에서의 스텝(Step)과 같은 것이긴 하나 그것들과는 다른 아주 독특한 우리 고유의 몸짓을 가지고 있다.
온 몸의 힘을 빼고, 굼실거리며 상대를 얼르는 모양새는 마치 탈춤의 한 동작 같으면서도 날카로운 무예의 면모를 동시에 지니고 있어 배우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필자(筆者)가 택견수련을 처음 시작했을 때 6개월이 넘게 송덕기 스승님으로부터 '품밟기'만을 배웠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필자의 '품밟기'에 부족함을 느낀다. 얼핏 보아서는 쉽고 간단한 것 같지만 해보면 해볼수록 오묘해지고 깊어지는 것이 '품밟기'이고 그것이 곧 우리의 전통무예, 전통문화의 맛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우리의 조상들이 이 땅에서 오랫동안 실행해보고 또 실행하면서 우리에게 잘 맞는 것으로 다듬어 놓은 것이기에 짧은 수련을 통해서도 우리의 몸 속에 편안하게 받아들여짐을 느낄 수는 있다. 우리가 우리의 몸짓을 잊고 산지 너무 오래되어 가끔씩 우리의 것이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것은 마치 고아로 성장한 아이가 자신의 부모를 처음 만나게 되었을 때 느끼는 생소함과 서러움 같은 것이긴 하지만 핏줄을 속일 수 없듯이 우리의 문화는 우리에게 가장 우수한 것으로 편안하게 받아들여 질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사랑스런 몸짓을 글을 통해 소개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이 앞서지만 우리의 무예 택견을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자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 해보고자 한다.
우선, 기본적으로 품밟기는 다음과 같은 구분 동작의 연결로 이루어져 있다.
(1) 원품(原品)
바로 선 자세에서 왼쪽 발을 어깨넓이정도 왼쪽 옆으로 벌려 선 자세이다. 발을 여덟 팔(八)자 모양으로 벌린 뒤 온 몸의 힘을 풀고 편안하게 서있는 모습인데 이때 오금(무릎의 뒤쪽)이 자연스럽게 구부러지고 대신 발뒤꿈치와 발바닥에 약간의 힘을 넣는다. 품밟기 중에는 항상 두 팔의 힘을 빼서 몸이 움직이는 대로 양팔이 시계추처럼 자연스럽게 오가도록 내버려둔다.
(2) 선품(先品)
원품 상태에서 한 발을 가운데 앞으로 내딛는 것을 말한다. 왼발을 앞에 내딛으면 좌품(左品), 오른발을 앞으로 하면 우품(右品)이라 한다. 앞에 내놓은 발과 뒷발의 간격은 자신의 발길이 정도이면 적당한데, 그 이유는 사이가 너무 넓으면 상대의 기술(技術)에 걸리기 쉽고, 반대로 너무 좁으면 중심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발을 앞으로 내딛을 때 그 발에체중을 실어주면서 무릎을 약간 구부리며 몸을 굼실거린다. 이것을 「오금질」이라고 하는데 오금을 튼튼히 해주며 하체에 탄력을 주고, 아랫배에 두둑한 뱃심을 키워준다. 실재로 오금질을 할 때에 손바닥을 아랫배에 붙여보면 아랫배가 약간 앞으로 나오며 힘이 두둑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즉 '품밟기'는 제자리에 서있는 원품상태에서 선품으로 죄우발을 계속해서 앞으로 내딛으면 땅을 꾹꾹 밟는 형태의 기본 보법이며 동시에 하체와 아랫배에 힘을 쌓게 하는 단전운동(丹田運動)인 것이다.
품밟기는 품(品)자의 삼각형 모양의 세 꼭지점을 밟는 것이므로 자연스럽게 우리민족 고유의 3박자의 움직임이 이루어지긴 하지만 오금질을 통한 몸의 굼실거림이 자연스러울 수 있도록 많은 연습을 하여야만 한다. 또한 각 동작 사이에서 끊김이 없이 연속적으로 몸의 움직임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하며 특히 중요한 것은 「밟기」이다. '다리밟기, 지신밟기, 보리밟기' 등의 민속문화에서도 보여지는 '밟기'의 모습은 우리민족의 중요한 몸놀림 중의 하나로써 '무사(無事)'와 '안녕(安寧)'을 비는 주술적(呪術的) 의미와 더불어 실질적인 하체운동을 통한 온 몸의 건강을 기원(祈願)하는 것이다. 땅을 꾹꾹 밟음으로써 오는 발바닥의 지압(指壓) 효과는 물론이고 무릎의 굴신(屈身)운동을 통한 하체와 오금의 탄력 증대가 이루어진다.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오금도 못 편다」「오금이 저린다」등 상황변화에서의 힘의 작용을 오금을 통해 표현했는데 인간의 기(氣)가 오금을 통해 들어오고 빠져 가기 때문이다.
택견은 무예이므로 주술적인 면보다는 실제 운동의 효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품밟기를 할 때에는 땅을 꾹꾹 밟아 누르듯이 3박자로 굼실거리며 해주어 하체를 바탕으로 한 전신(全身)의 힘쌓기에 주력을 하여야 한다. 아울러 숙련된 품밟기는 상대의 공격, 특히 하체 공격을 아주 용이하게 피할 수 있는 아주 과학적인 방어시스템이다. 스승님께서는 품밟기를 못하면
"하체가 남아나지 않는다!"
시며 품을 잘 못 밟는 놈은 택견판에 얼씬거리지도 말라고 하셨다.
출처 : 원주결련택견 http://cafe.daum.net/wonjuteakyun/ApD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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