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하고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거리를 걷는 기분은 정말 좋았다. 거리 풍경을 감상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트레인 역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구역답게 여러 마트와 중국 음식점, 패스트푸드점 그리고 식료품점들이 늘어서 있었다. 뭔가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있었지만 지금 당장은 그림의 떡이다. 지금 먹으면 아마도 내 위장이 버텨내지를 못하리라. 순간의 고통을 참으면 훗날 더욱 빠른 회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겼다. 좀 더 앞으로 나아가자 유럽의 오래된 관광지에서만 볼 수 있다고 생각한 고풍스러운 건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호주에서 처음보는 이 오래된 교회는 정말 고풍스러워 보였다. 왠지 변색된 벽돌 하나하나에 세월이 묻어났다. 정교하게 조각된 곡선의 돌조각과 거칠게 마감된 외벽이 기묘한 조화를 이루어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어 있었다. 낮은 건물들 일색인 도로변 사이에 높아 솟아오른 첨탑은 고개를 들어 올려다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건물이 존재한다는 것 만으로도 이 거리가 얼마나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는지 추측할 수 있다. 교회건물을 잠시 구경한 후에 두 블럭 정도 더 걷다보니 잘 정돈된 공원이 보였다.
호주의 대표적인 쉼터인 이 공원들은 어디를 가든 흔히 만날 수 있다. 정부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깔끔하고 청결한 이 공원들은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안심하고 편하게 쉬다가 갈 수 있는 멋진 곳이다.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풀 내음을 맡으며 낮잠을 즐기곤 한다. 나는 열심히 도시의 길을 걷다가 갑자기 녹색으로 무장한 잔디와 높이 솟은 나무들을 만나니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흙은 찾아볼 수 없는 도시에서 갑자기 멀리 떨어진 아마존의 대자연 숲으로 떨어진 기분이 들었다. 쉴새 없이 즐거운 새소리가 들려오는 그 공원을 보고 다시 한 번 호주가 청정지역임을 떠올릴 수 있었다. 비록 지금은 숙소에 가는 길이 바빠 그냥 지나가지만 나오면서 꼭 한번 들려보고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어느새 구름은 걷히고 있었고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구름 사이로 보이기 시작했다.
호주의 도로를 잠시 살펴보면 자동차의 움직임이 우리나라와 반대인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호주는 영국의 이주민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대부분 것들이 영국식을 따르고 있다. 도로의 흐름이 반대라는 사실은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은 길을 건널 때 왼쪽에서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 무의식적으로 확인하고 건너지 않는가. 하지만 그 방법을 이곳에서 써먹다간 크게 곤란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오른쪽으로 확인해야 한다. 건너편으로 건너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찾다가 그 횡단보도가 그냥 단순히 하얀 줄 두 개로 그어져 있다는 것에 첫 번째로 놀랐고 그 밑에 친절하게 오른쪽을 바라보라고 표시된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놀라게 되었다. 만약 그 표시를 보지 못했으면 난 무의식적으로 왼쪽을 확인하고 건넜을 것이다. 누구의 생각인지 참 고마웠다. 그 후 난 적응될 때 까지 LOOK ▶ 표시를 보면 열심히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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